햇빛 아래 놓인 텅 빈 빨간 의자
남은 그릇들 사이에 머문 따뜻한 시간
창문 너머로 스며든 저녁 식당의 공기
혼자서 채워가던 작은 식사의 풍경
부드러운 빛이 닿은 오래된 아파트
흐르는 듯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
잠시 쉬어가는 고무장갑 한 켤레
도시의 움직임이 한 번에 스쳐 지나간 순간
가게 앞에 세워진 노란 원들이 만든 휴식의 자리
흐르고 흩어지는 사람들의 보폭
투명한 물길 속으로 곧게 미끄러지는 한 순간
햇빛 아래, 물결과 곡선이 느리게 흐르는 자리
수면이 모두 터져 오르던 가장 밝은 표정
하늘과 이어진 미끄럼틀 속을 가볍게 선회하는 몸
노란 의자 위에서 멈춘 여름의 고요
물살에 실려 천천히 떠내려가는 따뜻한 오후